• 거리의 팻말 하나 '침묵 팝니다' 참목을 파는 것도 아니고 침묵이라니, 오타인건가. 주인에게 알려줄겸 가게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어떤 유혹. 정말로 침묵을 파는게 맞았다면? 당신이 원하는 고요함을 가질수있다면... 어떨것같습니까? 허무맹랑한 이야기인데도 왠지모르게 마음이 갔다. 침묵을 사는 행위가 궁금했다. 누구보다 절실한 고객이 될 자신이 있었으니.

    그리하여 맞이하게된건 음성이 사라진 세계다. 그저 음소거가 됐을뿐인가,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나름대로의 하루가 있었다. 언어보다도 비언어적인 것들이 당연시 된다 (눈마주치기, 표정읽기, 손짓 등) 글자로 대화하거나 몸짓하는 것에도 소란스러움이 있겠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기준인건지 비교적 얌전하고 정적인 세계였다.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얼굴을 마주보고, 감정을 읽어내려고 숨을 고르고, 발을 맞추기위해 뛰지를 않는다. 그렇다. 그것뿐인 것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사라졌는데도... 나는 마음이 기뻤던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싶었다고 오래전부터 꿈꿨던 것 마냥.

    나는 악마를 만났던걸까. 분명 이런 평화로움도 언젠가는 깨지겠지. 경박함이 사라졌다고 사람들이 수선된것도 아닌데 평온이 계속될리 없다. 분명 소리없는 가증스러움이나 무모함, 나태함따위가 이어서 나타나겠지. 지금은 그저 그 방법과 문화가 고착되지않은 것 뿐이다. 그러니 언젠가 찾아올 아쉬움을 맞이하자고 생각했다. 이내 뒤틀리고 각색될 낙원이라면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자고.


    악마는 곤란해했습니다. 자신이 판 것은 침묵만이 있는 세계, 조용한 꿈 한자루로 보통 어느순간에는 이런걸 원한게 아니야. 소리란 정말 중요한 거였구나. 하고 깨닫고 현실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손님은 무엇보다 오래 이것을 음미하며 하나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사람이란 다양하니 언젠가는 이런 유형도 나타날터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른바 악마는 절규와 후회, 직격하는 통찰따위를 재산으로 삼는법인데 이래서는 남좋은 일을 할뿐입니다. 이걸 어떻게 할까나. 비교적 도덕적이고 규칙적인 반칙의 존재가 오늘도 고민을 이어갑니다

    2025년 05월 10일

  • : re

    이따금 당신이 만들어낸 것들을 떠올린다. 어째서 그렇게 곱고 명료한 세계가 같은 언어로 존재하는걸까. 먼 나라나 평생 만날 일 없는 이의 문장이 아닌, 우연히 함께한 당신이 써내려가는걸까.

    나는 말이야. 당신을 좋아하지 않은 쪽이 더 좋았을거야. 그도 그럴게 완전한 타인인쪽이 좀 더 평온할텐데도, 좀 더 다정했을텐데도. 괜히 사이가 좋아져서, 아닌 시간이 되려 어색해버리고 말았잖아. 그저 팬이였다면 꼬리표를 명확히 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오늘도 몇번이고 당신을 모른척하고, 동경하다가, 이내 없던 일로 만드는 자신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언제나의 경우를 대비하지 않으면 내 입에서 어떤 추악하고 치졸한 감정들이 나올지 알고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것들은 분명 세간이 말하는 민폐일것입니다.

    몇번이고 다짐하고 시기하고 친근하며 유익하고 불쾌한 존재로 자리하는 매일매일, 인정할게요. 우리는 운이 없었어요.

    2025년 05월 10일

  • : re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저 연락만으로도 기쁜 상대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도 소중해서 그 이상은 꿈꾸지 않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 충분하다 못해 슬플정도로 고마운 인연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당신과 이야기를 하면 내 이름 석자가 썩 괜찮게 다가게왔습니다. 나란 사람이 누군가에게 살갑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귀중히 대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했어요. 그리고 그건 그것만으로 나에게 선물이었습니다. 당신은 모를 겁니다. 그저 그뿐인 말들이 내게 어떤 포옹이 됐는지, 어떤 채워짐이었는지. 그래요 나는 그동안 많이 부족한 나날을 살아왔습니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예요. 자책하고자 하는 말도 아니고요. 서글프자는 말도 아닙니다. 그저 그만큼 당신의 여파가 대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를 놀라게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없어지면 조금 충격을 먹으리라 예상하는 제가 생겼습니다. 충만함이란 사람을 기쁘게도 만들고 울컥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긴장감도 선사하는 것이더군요. 아아, 저는 그것들이 꽤나 나쁘지않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안달을 가질수있다니 되려 값질뿐이예요

    2025년 05월 10일

  • : re

    누군가와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추며, 거리를 걷는것을 꿈꾸고 있자면
    너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잖아,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언제든 가고싶은 곳에 가잖아 하고
    뭘 모르는구나같은 얼굴이 돌아온다. 그도 그렇겠지만, 없기때문에 부러운 것들이 있다는걸 왜 몰라주는걸까
    왜 허황된 꿈마저 그대로 누리게하지않는걸까.

    당신은 그것들이 이제는 족쇄처럼 되버린 모양이지만, 나는 타인에게 이름을 받고 싶다. 공동 명의를 가지고 법의 구속아래에서 보호되고 싶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표찰을 원해. 나를 원하는 사람으로 승인되고 싶은거야. 나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원해

    그건 강하고 여러갈래로 이뤄져있어서, 분명 나를 놓치지 않을거야

    2025년 05월 10일